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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명장의 숨결' 이 시대의 바치를 만나다, 워싱턴DC의 한식 외교관 '만두'…한국 손맛 DC점령

전세계 외교가의 수뇌부로 꼽히는 워싱턴DC. 이 도시에서 가장 ‘잘 먹히는’ 한식 외교를 펼치는 곳이 있다. 180여 개국 대사관이 자리잡은 지역이자 워싱턴 일원 젊은이들의 대표 ‘놀이터’라 할 수 있는 듀폰 서클에 1호점과 의회의사당인근에 2호점을 둔 한식 레스토랑 ‘만두(mandu)’가 그 주인공이다. 이 식당은 지난 2006년 가을 1호점을 연 이래 세계 경제가 휘청거린 경기침체에도 끄떡없이 초고속 성장을 해왔다. 업체측에 따르면 1호점은 매년 25%이상의 매출성장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1월 개점한 2호점은 이미 1호점과 매출 수준을 맞추고 있다. 파트타임을 합쳐 전체 직원은 주방 25여명, 그 외 50여명으로 약 80명이다. 재미난 사실은 이 레스토랑을 이끌고 있는 공동대표 대니 이(30· 이하 이 대표)씨가 어느 유명요리학교 출신이 아니라는 점. 이과계열 영재들이 간다는 토마스 제퍼슨고교를 거쳐 버지니아주립대(UVA) 생물학과를 조기 졸업한 배경으로만 보면 연구소에서 하얀 가운을 입고 연구를 하고 있을 그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러나 그는 잘 닦인 아스팔트 도로 대신 앞을 알 수 없는 좁은 길을 택했다. 레스토랑 경영에 대한 그의 열정 때문이었다. 이 업체의 또 다른 주역은 이 대표의 어머니인 이예순(65)공동대표와 장녀 진 이씨. 만두를 열기 전 여러 곳에서 델리숍을 운영했던 어머니 이 씨의 주무기는 한식의 묘미인 타고난 ‘손 맛’이다. 음식 맛에 대해선 이미 정평을 받아온 그는 ‘엄마손’ 요리법을 한인이 아닌 주방 직원도 일관성 있게 맛을 낼 수 있는 레시피로 완성시켰다. 장녀인 진 이(36)씨. 일요일 브런치 시간대나 평일 밤 바텐더로 모습을 드러내는 그의 진짜 직업은 투자자그룹 법률자문 전문인 ‘드웨이 앤 르뵈프(Dewey & LeBoeuf LLP)’로펌에 소속된 변호사다. 이들 세 가족이 만들어 낸 하모니는 지금도 ‘만두’성공 스토리를 써 내려가는 중이다. 최근 2호점에서 대니 이 대표와 인터뷰를 가졌다. 이예순 공동대표와 진 이씨가 함께 자리했다. 이 대표는 레스토랑 성공의 가장 첫 번째 요소는 맛과 맛에 대한 고집, 뒤를 이어 서비스와 직원간 신뢰 등을 꼽았다. 소주와 마티니가 만난 한식 칵테일 '소주티니' 에 워싱토니언 열광 ▷첫 째도 둘째도 맛= 이 레스토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채요리는 단연 만두다. 고기, 새우, 야채 등 3가지 종류가 있는데 1주일에 직원들이 직접 빚는 만두만해도 1만~1만5000개에 달한다. 베스트셀러 메뉴는 돌솥 비빔밥. 이 대표는 “금요일 하룻밤에 나가는 돌솥비빔밥만 100그릇이 넘는다”고 했다. -만두가 추구하는 한식은. “어려서부터 집에서 먹어 온 전형적인 ‘엄마손 한식’이다. 식당 이름도 가족들과 만두를 빚어서 저녁 파티를 열던 추억을 떠올렸다. 일식이나 중식 메뉴 없이 오로지 전형적인 한식으로 승부한다. 퓨전 메뉴는 바(bar)에서 판매하는 안주류가 전부다.” -맛의 비결이 있다면. “주방의 총 책임자인 어머니의 손맛이 기준이지만 25여 명의 다른 주방 직원이 만들어도 같은 맛이 나오는 게 우리의 무기다. 기본적인 한식 조리방법 외에 맛을 기준으로 교육한다. 따라서 식재료의 그날 상태와 맛의 깊이에 따라 조리법을 수정 보완해 같은 맛을 낼 수 있다. 새로운 메뉴를 개발할 때는 어머니와 함께 수 십, 수 백여 번의 실험 끝에 최종 레시피를 만들어 낸다.” ▷서비스는 철저히 미국식 ‘만두’에서 군만두와 돌솥비빕밥을 주문해봤다. 미국인 종업원은 능숙하게 한식 메뉴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취재를 위해) 채식주의자라고 하자 두부 돌솥비빔밥을 추천했다. 서빙 순서는 서양의 코스 요리를 먹는 듯 했다. 음료가 나오고 전채요리인 만두가 나왔다. 전채요리를 다 먹자 반찬과 주식인 돌솥비빔밥이 나왔다. 식사 뒤 디저트로 시킨 호떡은 알맞은 크기로 썰어져 먹음직스럽게 장식해 놓은 접시에 담겨나왔다. 이 대표는 “맛은 일상적인 한식이지만 서비스만큼은 체계화된 웨스턴 스타일을 추구한다”며 “그래서 처음 한식을 접해보는 타민족 고객도 거부감 없이 한식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두’ 전 고급 해산물 레스토랑 체인점인 '오셔네어'의 매니저로 2년 여 일했던 그는 서비스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다. -특별한 직원관리 노하우가 있나. “운영자와 직원간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직원들 중에는 매우 절친한 친구도 있다. 밖에서는 막역한 친구지만 레스토랑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이 업체 대표이자 결정권자라는 개념은 처음부터 확실히 했다. 공과 사가 섞일 일이 없다. 직원들도 매우 열정적이다.” -직원들에게 의료보험 혜택 등을 제공한다고. “풀타임 매니저들에게는 사회보장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당연한 거다. 경영은 늘 투명해야 한다. 지름길을 택할 생각은 없다.” ▷소주티니, 수타 라면…만두만의 메뉴 이 대표가 이름 지은 ‘소주티니’는 소주와 칵테일 종류인 ‘마티니’를 합성한 ‘만두’의 대표 술 메뉴다. -소주티니. 이름부터 색다르다. “소주로 만든 칵테일을 마티니 잔에 담았다. 종류가 다양한데 이 중 알로에 소주티니가 가장 인기다. 일요일 브런치에서는 ‘소주 블러디 메리’ 칵테일이 최고다.” 그는 여행을 자주 한다. 여행지에서 맛보는 음식은 현장학습이나 다름 없다. 바(bar)에서만 판매하는 ‘불고기 타코’, ‘김치 케사디야’ 등 한식과 멕시코 퓨전 요리도 여행을 통해 얻어진 새 메뉴다. 1주일 만두 1만~1만5천 개 빚어 -특별 야참 메뉴가 있다고 들었다. “직접 뽑은 면으로 만든 라면을 판매하는 날이 있다. 갖가지 야채와 고기를 우려낸 육수에 면을 끓이고, 바삭 하게 튀긴 삼겹살을 고명처럼 올린다. 된장과 쌈장 등으로 양념한 특별 소스, 김치, 누들 크래커 등을 얹으면 라면이 완성된다. ‘라면 나이트’는 보통 트위터를 통해 알린다.” 이 대표와 누나 진씨는 앞으로 3호점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만두는 대도시에 맞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워싱턴 일원에서는 2곳이면 충분하다”며 “전혀 다른 지역에 3호점을 열 계획”이라고 귀띰했다. ‘만두’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컨셉트의 음식점을 DC에 여는 것도 이들 계획 중 일부다. 작은 공간에 몇 가지 신선하고 재미난(fun)메뉴, 시끌벅적한 음악 등이 기본 컨셉트라고. 자신의 인생에서 연구실 대신 주방을 택한 그는 맛과 레스토랑 경영에 대한 연구는 평생 놓지 않을 계획이다. 그는 인터뷰 다음날 샌디에고로 여행을 떠났다. 그만의 ‘현장학습’을 위해서. 이성은 기자 [email protected]

2012-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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